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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드라마 등극! '만장적계절' 그 해 가을은 너무 길었다

by 모모랑44 2025. 10. 2.

인생 드라마 등극! '만장적계절'
인생 드라마 등극! '만장적계절'

 

인생 드라마 등극! '만장적계절' 리뷰

기나긴 가을, 삶의 회한과 구원을 이야기하다

화려한 미남미녀 배우들의 로맨스물 대신, 평범한 중년 남자들의 삶과 애환을 그린 중국 드라마 '만장적계절(漫长的季节)'이 최근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은비적각락' 제작진의 작품이라는 말에, '판타지 미스터리'라는 흥미로운 소재에 이끌려 보게 되었는데, 어쩌다 또 이런 '감정 소모 끝판왕' 드라마에 손을 대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묵직하고 먹먹한 분위기, 그리고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이 드라마는 과연 어떤 이야기일까요? 오늘은 <만장적계절>의 상세 정보, 줄거리, 그리고 깊은 감동 포인트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1. 드라마 <만장적계절> 기본 정보와 기나긴 서사

<만장적계절>은 중국 드라마치고는 짧은 12부작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회차당 1시간여의 긴 러닝타임과 촘촘한 서사로 웬만한 장편 드라마 못지않은 깊이를 자랑합니다. 영제(英題)인 'The Long Season'은 '기나긴 계절'이라는 뜻으로, 단순한 범죄 수사물을 넘어 오랜 시간 삶의 무게를 견뎌온 인물들의 이야기를 상징합니다.

🍂 <만장적계절(漫长的季节)> 핵심 정보

  • 제목: 만장적계절 (漫长的季节)
  • 영제: The Long Season
  • 방영년도: 2023년
  • 출연: 범위(왕샹 역), 진호(궁뱌오 역), 진명호(마더셩 역), 이경희(션모 역), 류혁철(왕양 역) 외
  • 장르: 미스터리, 범죄 스릴러, 휴먼 드라마, 느와르
  • 회차: 12부작
  • 제작사: 텐센트 비디오 (Tencent Video), 카즈 스튜디오 (Kz Studio)
  • 감독: 신상(辛爽) - '은비적각락' 감독
  • 시놉시스: 택시 기사 왕샹과 매부 궁뱌오가 단순한 택시 번호판 도용 사건을 조사하던 중, 왕샹 아들의 죽음과 관련된 18년 전의 토막 살인 사건이 다시 떠오릅니다. 진실을 찾기로 결심한 왕샹은 궁뱌오, 그리고 당시 사건을 맡았던 퇴직 형사 마더셩과 함께 삶의 구원을 향한 여정을 시작합니다.

이 드라마는 친절한 연도 안내 없이 세 가지의 타임라인을 번갈아 보여주어 초반에는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에 익숙해지면서 대략적인 시간의 흐름을 짐작하며 보다 보면 어느새 이야기 속에 깊이 빠져들게 됩니다.

1.1. 세 가지 시간대를 넘나드는 서사

  • 1997년: 주인공 왕샹이 화린제철의 반장으로 일하던 시절입니다. '토막 시신 사건'이 처음 발생한 시점으로, 이 시기의 사건이 이야기의 중심축을 이룹니다. 한때 번성하던 화린제철을 중심으로 한 도시의 모습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이 대비됩니다.
  • 1998년: 1997년 사건의 여파로 인해 주인공들의 삶이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시기입니다. 이들의 인생에 어떤 비극이 닥쳤는지, 그리고 그것이 현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줍니다.
  • 2016년: 현재 시점으로, 택시 기사가 된 왕샹이 우연히 과거 사건과 관련된 단서를 발견하며 진실을 다시 파헤치기 시작하는 이야기의 출발점입니다. 과거의 아픔과 현재의 변화된 삶이 교차하며 드라마의 깊이를 더합니다.

겉으로는 서부 코미디물처럼 가볍고 유쾌한 연출이 많아 즐겁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들여다볼수록 복잡하고 심오한 서사가 펼쳐져, 깊이를 알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들게 되는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2. <만장적계절> 줄거리: 잊힌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

이야기는 택시 기사인 왕샹(범위 분)의 시점으로 시작됩니다.

2.1. 2016년: 뜻밖의 단서와 진실의 재조명

90년대 화린제철을 중심으로 번성하던 도시, 화린시. 기관사로 수십 년간 근무하던 왕샹은 화린제철이 몰락하면서 현재는 택시 기사가 되었습니다. 이는 1차 산업이 무너진 한국 경제와도 비슷한 전철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왕샹의 매형(정확히는 아내의 사촌 여동생 남편)이라 불리는 궁뱌오(진호 분)는 싼 값에 택시와 면허증까지 얻었다며 으스댔지만, 노련한 왕샹은 한눈에 택시가 침수되었음을 알아채고 그가 속았다고 말합니다. 설상가상으로 궁뱌오는 사람을 치고 달아났다며 경찰서로 호출됩니다. CCTV에 찍힌 번호판은 그의 것과 같았지만, 노란 스티커가 붙어 있는 것을 보고 두 사람은 누군가 번호판을 위조해 사용했음을 짐작합니다. 결국 택시는 조사를 위해 압류되고, 억울하고 화가 난 궁뱌오는 직접 범인 색출에 나서게 됩니다.

택시 기사 동료의 제보로 위조 차량을 찾게 된 두 사람. 왕샹이 뒤를 쫓지만 만만치 않은 범인에게 한 방 먹고 허리만 다칩니다. 궁뱌오가 수작을 부리는 약국 여직원을 통해 위조 번호판 차량에 치인 남자의 행방을 쫓던 중, 왕샹은 차에 치인 남자가 과거 화린시를 떠들썩하게 한 그 살인자라고 믿게 됩니다. "아들아... 그놈이 돌아왔다"라는 왕샹의 독백은 18년 전 사건과의 연관성을 강력하게 암시합니다. </

2.2. 1997-1998년: 비극의 시작과 과거의 그림자

1997년, 화린제철의 기숙사 동네에는 쓰레기를 뒤져 생계를 이어가는 퇴직자 할머니가 있습니다. 그녀가 애견을 위해 주워온 음식물 쓰레기처럼 보이는 포대자루 안에는 토막 난 사체가 들어있었고, 곧 화린시 곳곳에서 사체가 든 포대가 발견됩니다. 점점 기울어져가는 화린제철로 인해 모두 불안한 시기, 화린시에는 더욱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게 됩니다.

왕샹의 아들 왕양(류혁철 분)은 공부 머리는 없지만, 대학 앞에서 대학 새내기인 선모(이경희 분)를 만나 한눈에 반합니다. 다정다감한 아버지와 건실한 아들로 비치던 관계 속에서, 왕샹에게 왕베이라는 또 다른 아들이 등장하며 왕양이 친아들이 아님을 암시하는 복선이 깔립니다.

왕샹은 과거 그 시대의 아버지들이 그러했듯 가부장적이고 독단적이었지만, 가정을 지키려 애쓰는 가장으로서 고군분투하는 그 모습은 짠하게 다가옵니다. 하지만 정성껏 차린 저녁상을 맛있게 먹은 아들이 다음 날 아침 그대로인 음식과 빈자리만을 남기고 사라지면서, 왕양은 이미 죽은 사람이었던 것이라는 충격적인 진실이 밝혀지게 됩니다. 이 반전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충격과 함께 과거 사건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킵니다.

3. <만장적계절>이 선사하는 삶의 회한과 구원

<만장적계절>은 단순히 범인을 찾는 추리물을 넘어, 그 사건에 얽힌 인물들의 감정과 서사를 깊이 파고드는 드라마입니다. 화려한 첨단 수사 기법 대신, 평범한 아저씨들의 우직한 발품과 끈질긴 집념을 보여주는 이 드라마는 마치 낡은 필름처럼 바래고 쓸쓸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됩니다.

이 드라마는 최근 한국 드라마 <수사반장 1958: 프리퀄>이 떠오르기도 하고, 평범한 중년 남자 하나와 노인, 그리고 퇴직한 경찰이 범인을 쫓는 모습에서는 한때 추리물로 유명했던 일본 드라마의 결도 느껴집니다. 동생은 "일본 드라마인 줄"이라고 발언할 정도였습니다.

주인공들은 거대한 진실을 쫓기보다 자신의 후회와 상실을 되짚으며 과거와 마주합니다. 화려한 연출이나 자극적인 전개 대신, 사람과 사람 사이의 끈끈한 관계를 섬세하게 그려내는 연출 방식이 깊은 여운과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범인을 찾는 과정은 그저 이들의 지난 세월을 돌아보는 통로에 불과한 셈입니다.

결말부에 가면 얼마나 깊은 여운으로 공허감을 느끼게 할지 사뭇 긴장되었습니다. 하지만 결말까지 '갓벽'이라는 평점 별 다섯 개(⭐️⭐️⭐️⭐️⭐️)가 아깝지 않은, 강력 추천할 만한 작품입니다.

3.1. 옥수수밭이 상징하는 회한과 희망

"이번 가을은 왜 이렇게 긴 거야. 꼭 한 평생을 산 것 같아."

 

왕양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된 왕샹은 회한에 묶였던 자신의 속박을 내려놓습니다. 쵸윈과 황혼 연애를 시작하고 아들 왕베이의 베이징대 입학을 위해 배웅 나가던 왕샹은 소변이 급해 옥수수밭에 멈춰 섭니다. 그 순간, 18년 전으로 돌아간 왕샹은 과거의 자신과 마주합니다. 그리고 가슴 깊이 눌러두었던 말을 비로소 전합니다.

 

"뒤돌아보지 마. 앞을 봐. 앞을 봐..."

 

직장을 잃고 가장의 자리를 내어주었으며, 아들을 잃고 아버지라 불리던 이름이 사라졌고, 아내를 보내고 남편의 자리는 끝내 공허로 남았습니다. 그러나 인생은 무상히 흐르고 남은 이들은 묵묵히 앞을 보며 걸어가야 합니다.

 

극 중 자주 등장하는 옥수수밭은 따스한 가을의 풍요와 생명력을 상징합니다. 이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인생의 '회한'과 '구원'이라면, 시작과 엔딩 모두 옥수수밭으로 연결되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마치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박두만(송강호)이 끝내 범인을 찾지 못한 채 관객을 똑바로 바라보던 마지막 장면처럼, <만장적계절> 또한 옥수수밭에서 인생의 씁쓸한 회한과 희망을 함께 새겨 넣습니다.

 

동시에 가을은 인생이 무르익은 황혼의 계절에 비유할 수도 있습니다. 한때는 세상의 주인으로 젊음을 뽐내던 인생길, 그러나 당뇨를 얻고, 소변 주머니를 차고, 해고 후 새로운 길을 찾아야만 하는 내리막길에 선 주인공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담히 가을을 맞이합니다. 이 드라마는 끝없이 삶을 향해 걸어가는 이들에게 아련한 회한 속에서도 다시 일어설 용기를 건네는 진정한 인생 드라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장적계절>, 꼭 시청해 보시기를 강력 추천드립니다.